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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고, 이 사악한 기업같으니.
    Design & Mktg./Culture & Shock 2015. 6. 7. 23:02

    '창의적인 어른은 살아남은 어린이'

    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 살아남고 싶고, 어른이 되어서도 창의적인, 순수한, 어린이를 이해해주는 멋진 어른이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고, 삶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그런 현실에 등떠밀려 살다가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지요.

    사실, 저 자신도 내가 언제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채 어른이 되어버렸다고 생각되거든요.


    디자인밥을 먹고 살면서, 비록 돈은 몇푼 못벌었어도 

    또래의 세대에 비해 더 재미있고 창의적이고 즐거운 일들을 해왔고 

    직업의 특성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키덜트 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고리고리한 어른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때때로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요. 

    그런 저의 눈에 레고가 곱게 보일리 없습니다. 예전엔 무지 멋진 기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스타워즈, 마블과 같은 콘텐츠들과 결합하면서 더이상 레고는 블록완구가 아니라 캐릭터 제품이 되었습니다.  

    블록완구로 시작했던 레고는 블록완구의 호환성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대신 캐릭터 표현을 위한 특별부품을 끼워넣고 콘텐츠의 장면별, 캐릭터별로 패키지를 별도로 진행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스타워즈 세트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타워즈의 유명한 몇몇 장면을 재현하는 세트로 구성되는 것이지요. 

    장면을 재현하다 보니 스타워즈 제품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부터 시작한 콘텐츠와의 제휴는 레고의 매출을 폭발적으로 신장시키고 글로벌 스타 기업으로 키워 낸 '신의 한수' 였지만, 창의력이라는 이미지는 더이상 레고와 어울리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패키지를 한번 조립한 후에는 다시 해체하거나 다른 부품들과 섞어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은 이제 여간해서는 하지 않습니다. 구매한 제품은 그대로 보존되어야 하니까요. 아니면 그 가치가 훼손되는 느낌이거든요. 


    어린이의 창의력을 길러주는 좋은 완구라는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레고로 만든 Darth Maul.. 

    아웅.. 사악해보여..


    줄맞춰 선 제국군.


    우오.. 멋지다.

    하다가도, 저만큼 제국군대를 가지려면 도대체 돈을 얼마를 써야하는건지 감이 잘 안오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멋집니다.

    그렇게 멋지기는 합니다.


    그런데, 거기까지 같습니다.

    이제 레고는 아이들과 놀기보다는, 

    한번 조립된 후에 장식장에 영화의 한장면을 재현하고 박제되는 쪽을 택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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