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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덩이와 궁둥이
    Design & Mktg./Culture & Shock 2010. 7. 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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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에 외국인이 "예쁜 궁둥이"라는 한글 문장이 써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던 것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 있습니다.
    우리주변에도 전혀 말안되는 콩글리시나 낯뜨거운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심심치않게 보이던 시절도 있었지요. 요즘은 많이 사라졌지만 말입니다.

    그 외국인이 자기옷에 써있는 그 문구가 어떤 뜻인지 알고 입은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무슨뜻인지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예쁜 궁둥이"라는 낯뜨거운 표현이 옷에 버젓이 새겨질 수 있고 전혀 스스럼없이 그것을 입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저에게는 "예쁜 궁둥이"라는 문구는 낯뜨겁다기보단 그 옷을 입은 것이 장난스럽고 재미있다는 느낌이 더 컸었습니다.
    가끔, 우리말의 단어를 곱씹어보면 재미있는 단어들이 많이 있거든요.

    요즘엔 우리 언어가 많이 변화되어서 엉덩이나 궁둥이나 모두 벨트아래에서 허벅지가 시작되는 곳까지 대략의 부위를 가리키는 말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엉덩이와 궁둥이는 다른 부위입니다.
    영어로 하면 엉덩이는 Hip, 궁둥이는 Buttocks쯤 되겠네요.
    엉덩이는 우리 둔부의 봉우리 윗부분, 그러니까 허리쪽으로 더 가까운 곳이고 궁둥이는 의자에 앉으면 바닥에 닿는 부분이 될겁니다.
    '궁둥이'. 어감이 참 귀엽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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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덩이와 궁둥이하니까 생각나는 책이 있네요.
    '털없는 원숭이'라는 책으로 더욱 유명한 영국의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썼던 '바디워칭'이라는 책입니다.
    인간의 신체를 관찰한 사진들이 마음에 들어 소장하고 싶어 꽤 오래 전에(아마도 방위병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9천5백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했던 책인데, 오랜만에 책장을 찾아보니 이 책이 보이지 않네요.
    인터넷 서점을 뒤져봐도 절판된지 오래라, 이책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아쉽기 그지없네요.

    데즈먼드 모리스는 동물행동학과 생태학을 적용한 인간론을 주장한 동물학자입니다.
    동물행동학은 객관적으로 관찰하거나 측정할 수 있는 동물의 행동이나 운동을 연구 대상으로 행동의 인과관계, 생존값 해명을 분석하고 행동의 개체발생 및 계통발생과의 상관관계를 검토하는 분야라고 하네요.

    가물가물하기는 합니다만, 바디워칭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몇가지 꼭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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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 하나는 사랑의 상징, 혹은 사랑하는 마음을 상징하는 기호로 쓰고 있는 하트문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트문양은 문양의 이름 'Heart'와는 달리 심장의 형태에서 온 것이 아니라 복숭아, 혹은 궁둥이의 형태에서 따온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길쭉하지 않은 둥글둥글한 하트문양을 거꾸로 보면 복숭아를 그려놓은 것과 모양이 똑 같습니다.
    또 이것은 재미있게도 사람의 궁둥이 모양과 똑 같습니다.
    실제로 군대에서 이 글을 읽고 낮은포복을 하는 병사들의 뒷태에서 '국방색 하트'를 발견하고 얼마나 혼자 웃었는지 모릅니다.

    또 한가지 기억나는 얘기가 여성의 유방과 궁둥이에 관한 이야기였었습니다.
    데즈먼드 모리스는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가슴은 있지만, 유독 여성의 유방만이 가임기 이후에 부풀어올라 이성에게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형태를 갖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방이 동물학적으로는 2세를 수유하고 양육하기 위한 포유류만 가지고 있는 수유 기관이지만,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유방은 수유기관이라는 본래의 동물학적 지위 이외의 다른 사회적인 지위가 부여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유방의 사회적 지위는 직립보행이라는 인류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사건을 통해,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어필했던 원초적인 신체의 부위, 궁둥이로부터 넘겨받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직립보행 이전에는 다른 4족보행 동물과 마찬가지로 성기를 숨기고 있는 궁둥이가 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유일한 신체부위였으나, 인간이 직립하고 마주보게되면서 몸 앞쪽에도 궁둥이처럼 풍만한 시감과 부드러운 촉감으로 이성을 유혹할 수 있는 궁둥이의 대체부위(?)가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면서 데즈먼드 모리스의 이 주장을 다시 생각해보면, 객관적인 관찰과 연구결과라 하더라도 여성이 남성에게 섹스어필하기위해 스스로 가슴을 부풀렸다는 것은 결과론적일 뿐 아니라 너무 남성쪽으로 편향된 해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연히 접한 '바디워칭'은 데즈먼드 모리스의 주장이 맞다 틀리다를 논하기 이전에 저에게는 인체와 인간의 행동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된 계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그리고 인체와 인간의 행동을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이 쓰면 쓸수록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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