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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을 받다.Bug's Life/Days 2013. 9. 11. 17:29
필자는 8월생입니다.
대학교 1학년때 선배가 줬던 편지에 써있던 글귀가 참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뜨거운 계절에 온 너이기에 그렇게 뜨거운가 보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 필자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정리해주는 선배의 글귀가 참 멋져보였었죠.
시간이 흘러, 그 선배의 글귀는 필자의 정체성에, 성격에 반영되기는 개뿔.
그저 필자의 생일이 되면, 그래서 안그래도 더위잘타는 필자가 무지막지한 더위를 느끼면..
그 선배가 써준 글귀가 생각나곤 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번도 다시 만난적 없는 그 선배. 지금은 어디서 뭘하고 있을까..
혹시나 경기동부에서 활동하고 있는건 아닐지..가끔 궁금해집니다.
각설하고.
엊그제 사무실로 TNT 기사님이 들어 왔습니다.
애플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하는 고가의 제품을 배달해주시는 아주 반가운 분이죠.
그분이 노트북이나 그와 비슷한 가격대의 전자제품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을 만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박스를 두손에 조심스레 들고 들어오시더라죠.<모니터를 훌쩍 가리는 박스의 크기. 크기에 놀라고 크기에 설레고.>
사무실에서 누가 뭘 샀으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동료한분이 이 박스를 저에게 내미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주 깜짝 놀랐죠.
"이게 뭐에요?"
"좀 늦었지만 생일 선물입니다."
올레.
그렇습니다.
필자의 고매한 인품과 드넓은 등짝과 비례하는 넓은 마음을 흠모하는 다수의 잠재적 Follower의 존재가 보편적 진리임을 증명하듯 한떨기 택배박스가 바로 필자에게 미끄러지듯 전달된 것입니다.
"뭘 이런걸..다.."
즐겁고 기쁘지만, 평정심을 잃지않고 차분한 손놀림으로 택배박스를 뜯기위해 잠시 숨을 가다듬고 커터칼을 찾았습니다.
두둥..
<실제 박스를 개봉했을때를 재현한 모습>
박스를 열었을때,
뭔가.. 본체는 실수로 빠지고 부록만 온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선물을 주신분의 미소가득한 얼굴을 보고 곧 깨달았습니다.
'이게 본체구나..'
그렇습니다.
필자를 아끼는 범 우주적 진리를 깨달은 나머지 복잡고단한 필자의 가방속까지 걱정하사 이를 대신하여서라도 깨끗이 하고싶은 두터운 팬심의 발현임을 필자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장안의 화제. 복잡고단한 필자의 가방속을 일거에 정리해줄 탄성히어로. 그리드>
바로 그 자리에서 주섬주섬 필자 가방에 들어갈만한 잡동사니들을 정리해봅니다.
이어폰끼우고.
움..
마우스를 가지고 다닐수도 있으니 끼워보고..
움..
책상위에 구르던 아이스크림 수저까지 끼워봤습니다.
아직은.. 뭘끼울까 딱히 생각이 다양하게 뻗어나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더 적극적인 그리드의 사용자가 되어 필자를 흠모하는 두터운 팬심에 보답하겠습니다.
진심으로 필자.
느므느므느므느므
씐났습니다.
맨날 가방안에서 갈곳을 잃고 방황하던 맥세이프에게 본디지의 희열을 선사하여
마음붙일 수 있는 가방속 소울메이트를 소개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고맙습니다.
내년 생일에도 또 고맙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