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렛 가득-채찍질에 멍든 초코렛의 속살
초콜렛을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으면서 입안가득 달콤함이 퍼집니다. 살살 녹여먹어도 우걱우걱 씹어먹어도,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는 순간은 마치 사랑에 빠진 듯 황홀합니다.
황홀함의 원천은 페닐에틸아민성분입니다.
페닐에틸아멘은 초콜렛에 포함된 화학물질중 하나로 좋아하는 이성을 마주치거나 첫 키스를 할때처럼 사랑의 감정을 느낄때 분비되는 물질입니다. 페닐에틸아민은 혈당과 혈압을 올려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며 ‘뇌안의 마약’이라 불리우는 도파민이 활성화되도록 도와 사랑에 빠진듯 행복한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초콜렛은 사랑받고 싶고, 또 사랑하고 싶은 우리의 욕망에 비쳐 점점 더 달콤해지고 더 반짝이는 포장지로 더 예쁘게 치장되기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초콜렛은 달콤하고 황홀한 사랑의 징표가 되었습니다.
< 초콜렛가득. M&M’s 월드 Photo by heewon, Happenin >
하지만, 그런 초콜렛이 만들어지는 진실의 속살은, 그렇게 달콤하고 황홀하지 않습니다.
초콜렛의 원료인 카카오는 서아프리카에 자리한 코트디브아르(영어명은 아이보리코스트)에서 전세계 생산량의 43%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코트디브아르는 전세계 카카오의 최대 생산지이자 제1의 수출국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카카오 생산과정에 어린이 인신매매와 감금, 혹사로 이어지는 강제노동의 아동인권유린의 과정이 온전히 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코트디브아르의 약60만개의 카카오 농장에서 12~14세의 어린이 28만 여명이 카카오 수확을 위한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으로 혹사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생산에 어린이노예들이 동원되는 이유는? 뻔합니다.
가뭄과 같은 자연조건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하는 국제 카카오농산물의 가격변동폭은 산업자체의 생존과 농장이익의 보전을 위해 생산단가를 압박합니다. 끝없는 생산단가의 절감을 위해 덜먹고 덜줘도 더 오랜시간 일을 시킬 수 있는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습니다.
수요는 공급을 부릅니다. 일인당 GDP가 850달러수준의 세계최빈국, 말리공화국의 어린이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예거래상을 통해 코트디브아르의 농장으로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값싼 카카오의 안정된 수급을 원하는 미국과 유럽등 서방의 수입국가들은 생산과정에서의 ‘사소한’ 노동문제는 그들이 해결해야할 일로 미루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산된 초콜렛은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의 기쁨과 황홀한 사랑의 느낌을 위해 소비되고 있습니다.
친숙한 브랜드의 화려한 초콜렛 박물관을 마냥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만은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