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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박웅현/강창래
goldbug14
2012. 1. 17. 21:40
책소개 기사를 보면서 꼭 사서 읽어봐야겠다고 '찍어'두었다가, 얼마 전에 정봉주 전 의원 입감기념으로 '달려라 정봉주'를 사면서 같이 사버렸습니다.
그런데, 배송되어온 몇권의 책 중에 이상하게도 먼저 이 책에 손이 가더군요.
반갑게도 몇 년 전부터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제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그렇지 않았었습니다.
당시에는 매년 '대학평가'라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대학을 줄세우곤 했었는데, 그 기준이 취업률이나 고시합격률과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들일 수 밖에 없었지요. 학교본부에서도 '실용학풍'이라는 슬로건을 교문에 걸고 공대/ 의대/ 상대 같은 '돈되는' 실용학문을 공부하는 단과대를 중심으로 집중투자하고 또 그런 단과대의 성과를 중심으로 학교 홍보가 이루어지곤 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인문학 전공자였던 저는 학교에서 또 졸업 후 사회에서 느꼈던 일종의 '소외감'이 알게모르게 심리적인 위축으로 이어졌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태도'가 몸에 배어들어 이를 떨쳐내기까지 참 오래걸렸던 안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라는 책 제목은 당연히 눈에 띌 수 밖에 없었지요.
책은 어렵지 않은 문체로 씌여져 술술 읽혀졌습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소통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인터뷰이였던 박웅현 ECD가 가진 통찰력과 가치관에 대한 궁금증을 관점의 차원에서 설명해가고 있습니다. 박웅현 ECD만이 가지고 있는 따뜻함의 원천은 첨단의 영상기법이나 새로운 이론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그 시선으로 함꼐 보기를 권유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웅현 ECD의 통찰력과 따뜻한 시선의 원천은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참 멋진 분이어서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몰래 질투심이 일었기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책의 종반쯤으로 가면 너무 이 양반을 영웅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이 좀 들더군요.
하지만, 책을 읽는 도중에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광고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면서 읽을 정도로 박ECD의 이야기와 가치관에 동기화되고 감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들이 있어 여기에서 책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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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람은 이타적 유전자를 가진 감동적인 동물입니다. 우리 모두 말입니다. (27페이지)
"아리스토텔레스는 틀렸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소통은 '발신자->메시지->수신자'라는 경로를 거친다는 겁니다. 그러나 오히려 '수신자->메시지->발신자'라는 경로가 옳습니다.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발신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고 되질 않습니다. 수신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소통이 쉬워집니다."
그렇다. 소통은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오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귀가 열리는 법이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수신자에게 다녀와야 한다. (36페이지)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 구체화된 결과물이고, 문화현상 가운데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당연히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50페이지)
우리는 비슷한 데가 많았다. 사실 비슷하다는 말은 다르다는 뜻이다.
그냥 '다르다'라는 말과 다른 점은 온도 차이일 뿐이다.
다르다는 낱말을 따뜻하게 만들면 비슷하다가 된다. (54페이지)
"알랭 드 보통의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술과 생활이 다르지 않다. 현실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현실이다.
캠벨 수프를 수프로 먹으면 현실이고 캠벨 수프를 그림으로 그려서 벽에 걸어두면 예술이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앤디 워홀이라는 겁니다. 앤디 워홀은 통조림에 든 캠벨 수프를 먹고 자랐다고 합니다.
앤디 워홀이 만든 광고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압솔루트 광고다. 앤디 워홀은 보드카인 압솔루트를 마시기보다 향수처럼 뿌리고 다니는 것을 더 좋아했다는 소문도 있다. (59페이지)
현대적인 광고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광고인들이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광고는 시대읽기와 사람 읽기에서 출발해서 얻은 통찰력으로 멋지게 소통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61페이지)
우리는 공산주의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진화하지 못했다.
We are not civilized enough to be communist.
- 2000. 베네통의 광고 사진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의 아카이브지 인터뷰 (62페이지)
요즘 냉장고에 대한 광고를 보면 더 이상 '성에가 끼지 않는다'거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장고'라는 '기능'을 알리는 광고를 하지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광고 모델들은 얼핏 듣기에는 냉장고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냉장고는 사랑입니다'라거나 '여자라서 행복하다'고 한다.
옷 광고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소재나 바느질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브랜드와 디자인을 내세우고 감성을 자극한다. (65페이지)
학교, 학원, 독서실, 집, 하루 열다섯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었습니다.
서른일곱권의 문제집을 풀었고, 스무권의 연습장을 다 썼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떨어졌습니다.
상자에 넣어둔 책을 다시 책장에 꽂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는 더 행복할 것이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67페이지)
우리는 언어가 곧 그 나라의 문화라고 한다. 문화를 모르고는 사람들의 감정 표현의 뿌리를 알 수 없다.
감정표현의 뿌리를 모른다면 소통은, 특히나 광고와 같은 소통 도구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다. (80페이지)
"아시다시피 부시는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까지도 알코올중독자였습니다.
그것을 알게 된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20대 때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적이 있다. 그것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
한국의 정치인이라면 아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곧바로 설득당했습니다. 맞다. 젊은 나이에 실수할 수도 있지, 그러고 배우면 되는거지. (83페이지)
논쟁은 레토릭을 만들고, 사색은 시를 만든다. (레토릭: 겉만 번지르하게 꾸미는 것. 수사학) (85페이지)
창의성은 생각이 아니라 실천이다.
창의성의 키워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상력, 새로움, 고정관념꺠기 같은 것이었다. (105페이지)
다중지능을 쉽게 풀어 말하면,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가 된다. (110페이지)
창의성은 새로운 시선 찾기다. (111페이지)
시이불견
청이불문
心不在焉(심부재언)이면 視而不見(시이불견)하고 聽而不聞(청이불문)하고 食而不知其味(식이부지기미) (114페이지)
아인슈타인도 창의성은 '면밀한 의도나 계획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123페이지)
아이디어는 전파, 창의성은 안테나.
어떤이는 아침마다 A4 한 장씩을 글로 채워보라고 한다. 글로 무엇인가를 써나가는 동안 안테나의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가장 소중한 것을 그려보라.
'그림과 함께 당신도'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행할 때처럼 생활하고 생활하는 것처럼 여행하면 된다. (129페이지)